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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올림픽’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

‘미술올림픽’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

2024년 4월 17일

첫 남미출신 예술감독, 퀴어·선주민 등에 초점

김윤신·이강승 본전시 참여

한국관 구정아 작가, 향(香) 주제 전시

유영국·이배·이성자 등 개인전 등 다수의 재불작가 초청

베네치아비엔날레 포스터[베네치아비엔날레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불통신) 세계 최대·최고의 현대미술 축제이자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이 17일(현지시간)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1월 24일까지 7개월 일정을 시작한다.

베네치아비엔날레는 크게 예술감독이 직접 기획하는 국제전(본전시)과 국가별로 대표작가를 선보이는 국가관 전시로 구성된다.

1895년 시작해 60회째인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는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예술감독을 맡아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를 주제로 19세기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이민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주목해온 작가 집단 ‘클레어 퐁텐’이 2004년부터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의미의 네온사인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배치한 시리즈에서 따왔다.

2000년대 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웠던 한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베네치아비엔날레 예술감독[EPA=연합뉴스]

미술전 역사상 첫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페드로사는 “외국인, 이민자, 망명자, 디아스포라, 추방자, 난민 작가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퀴어 작가, 미술계의 변방에 있는 아웃사이더 작가, 선주민 예술가 등의 작업도 주요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332명(팀)이 초대된 본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여성 조각가 김윤신(89)과 이강승(46)이 참여한다.

작고한 화가 이쾌대(1913∼1965)와 장우성(1912∼2005) 작품도 본전시에서 소개된다.

본전시에 초청된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하며 남미를 주요 기반으로 활동했다.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를 톱 등으로 다듬어 재료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조각 작업을 하면서 조각적 아이디어를 반영한 회화와 판화 작업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강승은 서구(1세계)·백인·남성·이성애 중심의 주류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잊힌 소수자의 존재를 발굴해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김윤신 작가(왼쪽.연합뉴스 자료사진)와 이강승 작가(갤러리현대 제공)

국가관 전시에는 처음 참가하는 베넹과 에티오피아, 동티모르, 탄자니아 등 4개국을 포함해 88개국이 참여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참여하지 못했던 러시아는 올해도 국가관 전시에 불참한다.

러시아는 대신 자국 국가관을 볼리비아에 빌려줬다.

올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벌어졌지만 이탈리아 문화부가 거부해 이스라엘은 국가관 전시에 참여한다.

한국은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아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인다.

구정아는 지난해 6∼9월 입양아, 실향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고향에 얽힌 향 이야기 600여편을 수집한 뒤 25명의 기억을 선정하고 향수업체 논픽션과 협어업해 개발한 17개 향을 한국관에서 소개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2022년 열린 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관 중 일본관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이숙경 영국 휘트워스 미술관장이, 싱가포르관은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이었던 김해주 싱가포르아트뮤지엄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한다.

베네치아 곳곳에서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재단의 공식 승인을 받은 병행 전시도 30건 열린다.

이 중에는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4건도 포함됐다.

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베네치아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예술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왼쪽부터)와 이설희, 구정아 작가.[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추상의 선구자인 유영국(1916∼2002)의 첫 유럽 개인전과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의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여성 추상미술작가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 ‘숯의 작가’ 이배의 개인전이 병행 전시로 열린다.

한국관 전시와는 별도로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한국관은 1995년 건립돼 내년이 30주년이지만 한국관 전시를 주관하는 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미술전 기간에 기념전을 열기로 했다.

12세기 건축물인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리는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에서는 1995년 첫 한국관 전시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6명(팀)의 당시 전시작과 전시작을 재제작한 작품,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 등을 소개한다.

유영국 ‘Work’, 1968[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

이밖에 독자적인 ‘매듭 페인팅’을 창안해 활동한 작가 신성희(1948∼2009)와 실험미술 선구자 이승택(92)의 전시와 함께 하인두(1930∼1989)와 박서보(1931∼2003), 고영훈, 정혜련 등 한국 현대미술작가 4인을 소개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 : 손에서 정신으로의 여정’전도 베네치아에서 열린다.

1986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는 처음 참여한 고영훈은 38년 만에 다시 베네치아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공식 개막일인 20일에는 황금사자상 국가관상·최고작가상, 본전시에 초대된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은사자상, 국가관·본전시 특별언급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그동안 한국 작가 중에서는 2015년 본전시에 초청된 임흥순이 영화 작품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국가관 전시로는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 작가가 참여하던 해 특별상을 받았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zitrone@yna.co.kr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이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몰타 기사단 수도원 모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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